Summer holiday in Saint-Nazaire, 브리타뉴에서 여름휴가
브리타뉴 해변가에서 여름휴가
Saint-Nazaire
18-23 July 2022
2022년 올해 여름 휴가지로 브리타뉴 해안가 도시, 생 나제르(Saint Nazaire)라고 하는 도시를 가기로 정했다. 집에서 500km가 떨어진 곳이라 아기를 데리고 여행하기에는 다소 멀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서 여름 기운을 만끽하러 떠났다. 하필 우리가 출발한 날, 파리를 포함해 프랑스 전국이 40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자동차 안에 에어컨을 켠다 하더라도 창문으로 넘어오는 열대 공기와 햇살을 막기는 어려웠다.
더위를 피하겠다고 아침 8시경 출발해서 2번의 휴식을 거치고 오후 3시가 돼서 우리가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아파트의 주인은 더위가 한창인 오후에 우리를 맞이하러 직접 찾아주었고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우리 가족에게 지역 소개를 친절하게 해 줬다. 파리 근처에서 왔다고 하니 본인이 프랑스인임에도 불구하고 파리를 방문할 때마다 더러운 도시 환경과 소매치기 등 안전하지 못한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사실 우리가 방문한 이곳 생 나제르 도시는 엄연히 말해서 브리타뉴 지역에 속한 도시는 아니다. 그래서 주인아주머니께 직접 물어보았다.
"생 나제르는 지도 상으로 보면 브리타뉴 지역이 아닌 루아르-아틀란티크(Loire-Atlantique) 관할지역 소속 아닌가요?"
"그렇다고 하죠. 하지만 1957년 행정구역이 2개로 분할되기 전까지 역사적으로 보면 브리타뉴 지역에 속했던 도시예요."
"그렇군요. 아무튼 제가 이번 브리타뉴 지역을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 많이 기대가 돼요."
"브리타뉴에 온 걸 환영해요. 무엇보다 우리 지역은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져 살아온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이 이방인을 대하는 데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전 세계의 150개가 넘는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또 정착해서 살아가는 곳이랍니다."
"오, 그렇군요. 하지만 당신은 프랑스 인이 맞죠? (혹시 영국이나 다른 출신인지 궁금해짐)"
"아니요. 저는 브르통(breton)이에요!"
브르통은 이곳 브리타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주인아주머니의 단호한 대답에서 이곳 지역 주민들의 프랑스에 속해 있으면서도 여전히 독립 국가의 자손임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브르통 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따로 존재하며, 불어와는 전혀 유사함을 찾아볼 수 없는 아일랜드어, 스코틀랜드어, 걀로어가 속한 켈트어의 한 종류로 표기 방식부터 발음까지 아주 생소했다.
같은 프랑스 땅에 있으면서도 잠시 다른 나라에 온 것인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 제대로 휴가를 즐겨봐야지. 그럼 먼저 더위를 식히러 해변가로 떠나볼까?
Plage de Monsieur Hulot at Saint-Marc-sur-Mer 해변가를 가다!
독특한 사람 모양의 동상이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무씨유 율로(Monsieur Hulot) 해변가를 방문했다. 이곳은 1950년대 유명했던 프랑스 코미디 영화가 직접 촬영된 곳이었고 당시 율로씨의 휴가(Monsieur Hulot's holiday)라는 영화 제목에서 현재 해변가의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생 나제르 도시에서 대표적인 해변가 중 하나이며 관광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곳이면서도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해변가를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해변가에 자리를 잡고 그토록 바다수영을 그리워했던 남편은 바로 수영복 차림에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거센 파도와 조금은 차가운 바닷물에 풍덩 빠져들지는 못했지만 다가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며 수영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며, 해변가에 앉아 우리와 같이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는 다양한 프랑스 사람들 모습을 관찰해 보았다.
- 햇볕에 그을린 갈색 피부에 햇볕으로 생긴 온갖 피부의 점들이 그대로 드러난 맨살을 보인 채 햇볕 태닝을 즐기고 있는 70은 족히 넘어 보이는 노부부. 책을 읽다가 하늘을 쳐다보다가 주위를 구경하다 또 너무 더우면 잠시 바다에 몸을 적시고 또 자리에 돌아와 여유를 즐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철썩철썩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가의 장엄한 풍경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그들의 휴식이 왠지 치유가 되는 것 같아 보였다.
- 꼭 가족의 형태가 엄마, 아빠, 아이들이라는 틀이 아니더라도 엄마 혼자에 아이 3명을 데리고 오거나, 아빠 혼자에 딸 1명을 데리고 오는 모습도 보였다. 아빠 없이 와도 엄마 혼자 기지도 못하는 아기를 등에 멘 채, 거뜬히 텐트도 설치하고 아이 3명의 수영 튜브도 준비해 준다. 때론 청소년 아이들끼리 바다를 찾는 모습도 보이고 할머니와 손주들끼리 방문하는 모습도 흔했다.
- 나처럼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간혹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때는 본인 자녀들이 달리기를 하거나 수영하는 모습을 간직하고 싶을 때가 유일해 보였다.
- 오래 예전부터 프랑스인들에게 햇볕에 그을린 갈색 피부는 여름휴가를 마음껏 푹 즐기고 온 자랑의 상징이었다는 말처럼, 아이 어른 노인 구분 없이 모두가 비키니에 햇볕에 몸을 당당히 내비치고 태닝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파라솔도 없이 햇빛을 직사광으로 받는 모습도 보이고 비키니 차림에 몸에 걸친 거라고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이 전부다.
항구 도시로 알려진 생 나제르
생 나제르 도시는 수영하기 좋은 해변뿐 아니라 조선업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대서양과 바로 맞닿아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조선소가 발전되어 있으며, 에어버스 기체부품 공장이 있는 산업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건설된 잠수함 기지와 항만이 아직 남아있는데, 그 옛날 폐허 공간을 여객선 및 잠수함 체험장으로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곳이 인상적이었다.
아쉽게 이번 휴가 여정은 여기까지..
한창 휴가를 즐기고 있던 때, 해변에서 아기와 물놀이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아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열이 펄펄 나더니 목이 아픈지 계속 입을 벌렸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물놀이 후에 기저귀를 갈지 않아 감기에 걸린 것인가 걱정하며 해열제를 먹이고 잠을 재웠으나 좀처럼 호전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기와 바로 옆에서 계속 지냈던 나 또한 같은 감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열이 나고 목이 따갑고 오한이 돌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염려에 약국에 들러 코로나 자가 키트를 사 와 테스트했더니, 바로 양성 결과가 뜨는 것이 아닌가.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항시 주의를 기울이며 감염되지 않아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휴가지에 와서 감염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몸이 아프고 힘든 것보다 말도 못 하는 아기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결국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에어비엔비 아파트에서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다. 바닷가의 파란 파도와 시원한 모래사장에서의 산책이 그리우면서 해변가의 근사한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즐기지 못한 채 이번 휴가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 만남이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다시 이곳 브리타뉴를 멀지 않은 미래에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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