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12번째 시위 날, 12th strike in France
2023년 4월 13일 목,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12번째 시위 날,
프랑스 곳곳에서 아직도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비치는 프랑스 사회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인 파리 길거리 모습부터 상점들 물건을 파괴하는 모습까지 시끌벅적하다. 왜 아직도 이곳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을까?
2023년 1월 19일 처음으로 시작된 시위는 현 마크롱 대통령 정부가 추진한 연금개혁 반대로 국민들이 길거리에 나오게 되었다. 현재 프랑스 내 법정 정년퇴직 나이가 만 62세인데 이를 64세로 늘리는 법안을 개정하면서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대규모 파업과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연금 수령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을 2년 뒤로 미루고. 또한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서는 근속 연수를 현행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금부터 ‘더 일하라’는 의미에서 프랑스 인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다.
학교 선생님부터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 버스 기사들, 교도소에서 일하는 교도관 등, 온갖 직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육체노동이 심한 직종의 업무를 담당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가장 크게 전달되었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신체에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일을 유지해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 1월에 처음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12번에 이르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시위가 시작되고 난 후, 일상생활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부분 중 하나는 '대중교통 파업'이었다. 파리 시내와 인근 도시를 운행하는 지하철, 버스, 전철, 트램을 운행하는 기관에서 파업을 가장 크게 진행했다. 이는 파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는 데 큰 피해를 가져다주었으며, 많은 회사에서 어쩔 수 없는 '재택근무'를 허락해야만 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도 평소 재택근무는 허용하지 않는데, 이번의 경우는 예외가 없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파리 시내를 벗어나 외곽 도시에 거주하기에 전철이 파업될 경우, 출퇴근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난 1월 이후로 프랑스인들의 시위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는데, 최근 마지막으로 개최된 12번째 시위 때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대중교통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운행될 계획으로 출퇴근에 큰 문제가 없다면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2023년 4월 13일 목요일 12번째 시위날 티비에서만 보던 시위 광경을 직접 보게 됐다.
하필이면 이 날 시위는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사무실이 위치한 파리 중심, 오페라 극장 근처에서 집결지가 결정됐다. 시위대 공식사이트에 나온 정보로는 오후 2시부터 시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는데 오전 11시부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이 보였다.
프랑스 노동총동맹 CGT(Confédération générale du travail)를 포함해 각기 다른 노동조합들은 본인 단체의 고유 색깔과 로고가 보이는 텐트를 곳곳에 설치하며 전국 곳곳에서 몰려드는 시위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4월 초 봄날이었지만 우박도 내리며 음산한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은 배낭을 하나 둘러맨 채 모두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길거기로 모여들었다.
회사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인 시위 참가자들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전달되었다. 그동안 12번이나 진행된 시위를 외국인의 입장에서만, 그 말은 즉,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무관심한 태도로 지켜봤었다.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질서 정연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시위대의 움직임을 보며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호소가 담긴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 수업을 빼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직접 이끌고 시위에 참가한 학교 교사들을 시작으로 독특한 아이디어로 분장을 한 환경단체 사람들, 신나는 테크노 음악과 함께 조직된 모습을 보여 준 여성단체 사람들, 본인들의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대학교 학생들, 육체노동으로 고된 업무를 보는 의료계 종사자들 등,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이 차례대로 그들만의 메시지를 내보이며 참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창가 넘어로 마치 구경꾼처럼 그들의 행진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사진으로 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던 나는 멀리서나마 손을 흔들며 시위대의 모습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각각의 단체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조금씩 달랐을지라도, 공통의 목소리는 같았다.
시민들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도를 바꾸려는 데 대한 불만과 아쉬움이 가장 컸다. 프랑스 국민의 3분의 2가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고 파업과 시위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제도 개혁에 대한 준비를 조금 늦추기 보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강압적인 방식을 써서라도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의 프랑스 사회가 만들어진 역사를 살펴볼 때 시민들이 일군 사회적 합의의 존중을 중요시하는 이곳에서 프랑스인들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사람들은 느끼고 있다. 아직까지 프랑스 정부에서 다른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 시위가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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