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êtes de fin d'année, 프랑스 어린이집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파티,
프랑스 어린이집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파티,
11th July 2023
작년 8월, 아기가 20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었다.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혼자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걱정 가득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쫑파티가 열렸다.
쫑파티에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 아빠를 비롯하여 언니, 오빠, 동생 등 다른 가족들도 참가할 수 있었다. 평일 화요일 저녁에 개최되어 다음날 출퇴근하는 부모님들에게는 조금 무리가 가는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뿐인 파티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모두 참가했다.
바베큐 파티, 음식은 부모들이 모두 나눠서 오는 것으로!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이번 행사 초대장에는 참가자 정보와 인원수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자 어떤 음식을 준비해 올지를 선택하는 항목도 있었다. 음료수/ 디저트/ 야채샐러드/ 핑거푸드/ 샌드위치 총 5개의 항목이 있었는데 그중 자유롭게 2가지를 선택하면 되었다.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괜히 디저트를 만들어가는 것은 자신이 없었고 핑거푸드나 샌드위치도 난감해서 가장 쉬운 음료수와 야채샐러드를 선택했다. 그리고 우리의 답변을 어린이집에 제출하자 선생님들이 다른 요청사항을 보내왔다.
“혹시, 어머니가 한국 분이신데 이번 파티에서 특별하게 한국음식을 준비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평일 저녁, 일을 마치고 준비해야 하는 것과 파티가 열린 날 하필이면 낮 기온이 33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날이었다. 아이들이 참가하는 파티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한국의 김밥이나 잡채를 만들기가 시간적인 면에서나 무더운 날씨 영향으로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고민 끝에 회사 바로 옆에 있는 한국 슈퍼에서 맛있는 냉동만두를 사서 따근따근하게 구워가기로 했다.
만두를 구우면서 혹시 사람들이 내가 직접 만들었냐고 물어본다면 슈퍼에서 샀다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깔끔하고 맛깔나게 만들어진 만두를 접시에 곱게 담아보았다. 깨소금을 잔뜩 넣은 간장소스도 만두와 같이 준비해 뒀다.
파티장소에 도착하자 하나둘씩 모여든 부모들이 각자 준비해 온 음식들을 테이블에 알아서 세팅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역시나 가장 쉬운 당근, 오이, 토마토, 무, 컬리플라워 등이 담긴 생야채 샐러드가 많이 보였다. 또한, 햄과 치즈로 만든 간단한 샌드위치나 파이들도 많이 준비된 모습이었다. 빵과 치즈가 잔뜩 보이는 프랑스식 파티 음식에서 간장 냄새를 솔솔 풍기며 한국의 만두를 용기 있게 꺼내보았다. 프랑스에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만두를 보고 조금은 어색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 다르게 만두는 역시 새로운 이들에게도 금방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이며 어른들까지 모두가 한국의 만두를 먹으며 새로운 맛을 발견한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멀리서 조심스럽게 그들의 반응을 살피던 나도 덩달이 기분이 좋아졌다.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금방 동이 난 한국의 만두를 보며, 사람들이 유일한 아시아 인이었던 나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신이 만든 것이라고 들었어요. 이거 만드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것 같은데 너무 수고 많았겠어요. 정말 맛있었어요.”
아, 순간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줄줄이 감사인사를 전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붙일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맛있었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몸이 불편한 장애 아동들도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특별한 학교,
우리 아이가 1년 간 다닌 어린이집은 전체 정원 12명 미만의 소규모 사립 시설이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 정원이 넓은 야외 시설이 아주 잘 갖춰진 곳이었고 적은 학생 수 대비 담당 교사들도 5-6명이나 있을 정도로 아이들 관리가 특별했다. 또한 이곳이 특별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장애 아동들을 꼭 2-3명씩 수용하는 것이었다.
장애 아동들 중에는 소아마비처럼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아이도 있었고, 두 다리가 전혀 기능을 못하는 아이도 있었고, 겉으로 보이는 신체는 모두 정상이지만 정신적 발달장애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었다. 올해 우리 딸과 같이 시간을 보낸 장애 아동들은 총 3명이었고 그중 소아마비를 가진 남자아이가 우리 딸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만으로 2-3세 아이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한창 넓은 정원에서 뛰어노는 것이 제일 신나는 나이에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남자아이는 혼자서 마음껏 놀지 못할 텐데 유독 우리 딸과 친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해 준 이야기로는 의사소통이 불편한 아이라 늘 다른 이들에게 껴안거나 뽀뽀를 통한 애정을 표현하는 아이인데, 우리 딸만 그 특별한 요구에 반응을 해 준다고 한다. 만 2세의 우리 눈에는 아직 아기인데 남을 위한 따뜻한 배려심과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도울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찡하면서 부모로서 내 딸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같이 시간을 보내고 생활을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음에 참 감사했다. 장애를 문제라고 여기기보다 하나의 특징으로 받아들이며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것과 똑같이 대할 수 있는 마음과 자세를 가질 수 있는 것. 그것이 향후 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는 과정에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발판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단체 졸업사진도 하나 없나요?
지난 1년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한 가지 딱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아이가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교육을 받는지, 밥은 잘 먹는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국의 어린이집에서는 매일매일 부모의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간단한 생활일지를 공유한다고 하던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사진 한 장 받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아이를 아침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데리러 가면서 아빠가 간단히 사진을 찍어 공유해주곤 했지만,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라든지 특별 이벤트가 있는 날들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사진을 보내주지 않는 것이 내게는 늘 아쉬운 불만이었다. 이미 여러 번을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사진공유에 대한 부탁을 해뒀었지만, 알겠다는 대답만 남길뿐 변화는 없었다.
이런 아쉬움이 늘 남아있다 이렇게 1년이 지나고 벌써 어린이집을 떠나게 되는 때가 온 것이다. 1년에 한 번뿐인 특별한 날인만큼 오늘 하루는 전문 사진가 한 명 고용해서 사진을 못 찍을 마냥, 아이들 전체사진 한 장은 찍어주겠지. 하고 내심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괜한 나만의 기대였다. 파티가 진행되는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 사진을 찍는 부모의 모습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어린이집 교사들도 특별히 사진을 찍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런 나의 기대와 전혀 다른 프랑스 부모들의 행동을 보고 눈치를 본 것이 사실이다. 괜히 내가 내 딸의 소중한 기록을 위한 개인적인 목적으로 본인의 자녀들 얼굴이 나온 사진을 찍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만을 존중하기에는 내게도 나의 딸을 위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딸아이가 평소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물론 나의 유독 튀는 행동에 불만을 가진 부모들도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게 찾아와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은 따로 없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프랑스에서 유독 미성년자의 자녀 사진을 부모가 본인 동의 없이 SNS나 인터넷에 게재하면 사생활 침해혐의로 벌금이나 징역형에도 처할 수 있다. 이러한 확실한 초상권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가 있는 배경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지금 이 마법같이 소중했던 어린이집에서의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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