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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 Roma 2018

Art and Design

by cindenella 2019. 3. 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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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



감독: 알폰소 쿠아론

주연: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 타비라



주위의 친구에게 추천을 받았다거나 티비광고를 통해 알게된 것도 아닌데 포스터 한장만 보고 내 마음을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번 영화 '로마' 역시, 흑백의 포스터 한 장이 내 머릿 속에서 벗어나지를 않고 있었다. 내가 본 포스터의 사진은 한 여인이 슬픔에 잠긴 얼굴로 자동차 뒷자석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영화 제목 '로마'에서 연상되는 유럽의 이탈리아 사람 얼굴은 분명 아니었다. 아시아나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며, 고국을 떠나 유럽으로 이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일까? 순간 고민도 해 보았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내가 잠시 추측한 내용과는 아주 다른 내용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로마가 아닌 멕시코 내 로마였다. 시대적 배경 역시 내 예상과 달리 정치 사회적 격동기인 1970년 초기를 보여주었다. 내게는 조금 새로운 멕시코라는 배경과 경험해 보지 못한 과거로의 시간이 영화에 점점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멕시코의 한 가정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주인공, 클레오의 시선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무슨 사연으로 무슨 배경으로 가사도우미가 되었는지, 얼마의 시간동안 이 집에서 일하고 있는지 자세한 정보는 없다. 그녀는 본인의 맡은 바 묵묵히 매일매일 집안일을 한다. 청소, 빨래, 요리, 다림질, 아이들 등하교 바래다주기까지. 아침 눈을 뜨고 저녁 침대에 들기까지 하루종일 쉴틈이 없이 일을 하는 모습이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모습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 같지 않아보이는 그녀의 삶에 하나 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찾아온다. 머물고 있는 가정 내, 집주인 남편은 집을 떠나게 되고 그녀는 친구의 소개로 남자를 만나 임신을 하게 된다. 이 놀라운 일들을 아무런 감정 변화없이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영화의 흑백의 단조로움과 배경음악 하나 없이 진행되는 것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부분이었다. 클레오를 제외하고 그녀 주위의 삶에는 많은 소란스러움이 보여진다. 도망간 남편을 두고 혼자 아이 4명을 키워야 하는 안주인의 삶과 그녀의 말괄량이 아이들의 모습, 무술을 연마하며 멕시코 정치 우익세력의 정치 깡패가 된 클레오를 임신시킨 남자친구,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길거리 시위에 나선 당시 멕시코 학생들. 모두가 그 시대에 어울리는 본인들만의 상황에 맞춰 소란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클레오는 이 모든 것들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어떠한 변명도 요구하지 않고 본인에게 주어진 삶에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그려질 뿐이다. 


영화의 중점 부분에 그녀가 아이를 잃게 되고 함께 사는 가정의 안주인과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는 주인의 모습을 보며. 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무슨 일이 또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번 역시, 그녀는 삶과 죽음의 두려움과 경계 없이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 한순간의 고민 없이 물에 빠져 허우덕대는 아이들을 구하러 물 속으로 몸을 맡긴다. 그리고 그녀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파도에서 살아남게 된다. 


딱 한번, 그녀가 가슴 속 진실을 털어놓는 때가 나온다.

"나는 원하지 않았어요. 나는 아이를 낳기를 원하지 않았어요."


가슴 속 아픔과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것들을 감내해 내려는 그녀의 삶이 조금은 위안이 되는 순간이었다.

영화의 엔딩컷에 나온 "리보를 위하여"를 읽으며 감독이 본인의 유년시절 겪었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일까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직접적인 아픔은 아니지만, 내 곁의 누군가를 통해 느껴지는 그 상실의 아픔과 슬픔을 기억해 낸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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