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프랑스에 도착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러갔다. 아직은 외국인인 내게 새롭고 배워할 부분들이 많지만 이곳에서의 삶에도 한참 적응해 가는 중이다. 프랑스에 살면서 내게 가장 큰 즐거움이 있다면 바로 '음식'이다. 미식가의 나라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좋은 점은 신선하고 질 좋은 과일과 야채 등의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 주말이면 동네에 오픈마켓이 열리고 인근 농부들이 직접 트럭으로 배달해 오는 값진 농산물을 찾을 수 있다. 야채, 과일, 고기, 생선 등 다양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치즈가게'이다. 일주일에 한 번, 오픈마켓이 열리는 때, 치즈가게에서 내가 원하는 치즈를 골라 사 먹는 재미가 있다. 오늘은 그 종류만 300가지가 넘게 있다는 프랑스 치즈 중, 몇 가지를 추천해 보겠다.
오래전부터 유럽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트러플 (Truffle)은 요즘 한국에서도 상당히 큰 인기를 받고 있다. 캐비아, 푸아그라와 함께 서양의 3대 진미로 꼽히는 식재료로 알려져 있으며 마치 우리나라의 산삼과 같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트러플의 고유한 향으로 어떤 음식에 겻들어도 고급스럽고 맛을 한층 살려준다. 이러한 트러플이 들어간 치즈 역시 치즈의 고소한 맛과 풍성한 트러플 맛이 가미되어 그 향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유한 주황색 빛깔의 소젖으로 만들어진 미몰레뜨 치즈를 두번째로 추천하고 싶다. 원래는 네덜란드의 에담치즈라고 하는 치즈의 제조방식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생긴 모양은 뭉툭하고 거칠어 예쁘지는 않지만, 한번 맛을 보고 나면 풍부한 과일향과 견과류의 향에 잊히지 않는 맛이다. 미몰레뜨 치즈는 숙성기간에 따라 단단한 크기가 달라지는데 오래될수록 단단해지며 부스러지고 깨지기 쉽다.
지금까지 먹어 본 치즈 중 가장 특이했던 치즈가 지금 소개하는 똠 토마토 올리브 치즈이다. 붉은 핑크빛과 다홍색으로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고 토마토와 올리브가 함께 들어가 있어 짭조름한 치즈 맛을 더 해준다. 올리브의 향이 더해 치즈의 느끼함을 살짝 덮어주어 그런지 많은 한국 친구들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프랑스에서도 특별한 맛과 색깔로 주로 크리스마스나 연말 파티에 많이 소개되는 치즈로 유명하다.
네번째로 소개하는 스위스 그뤼에르 치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위스가 본고장이다. 스위스에서는 퐁듀 요리에서 많이 쓰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차가운 그대로 먹어도 맛있는 치즈다. 한번 맛을 본다면 진하고 짭조름한 맛에 다른 치즈들과 금방 구분이 갈 것이다. 또한 그뤼에르 치즈는 로마시대 때부터 만들어져 온 역사가 깊은 치즈이다. 특히 중세 시대에는 물물교환과 세금 징수에 쓰이기도 했다는데, 'Gruyère'라는 말이 9세기경 삼림 사무관과 세금 징수관을 뜻하는 단어 'Gruyer'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치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프랑스인들에게도 외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꽁떼 치즈. 숙성기간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게 있다. 최소 4개월의 숙성기간을 거치고 18~24개월까지 숙성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숙성기간이 더 오래된 것을 선호한다. 온화한 버터맛과 특유한 부드러운 질감으로 식전 에피타이저로 화이트 와인과 곁들어 먹어도 좋고 깊은 맛과 감칠감을 살릴 수 있게 요리에 곁들여 먹어도 좋다.
지금부터 소개할 치즈는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에서 온 치즈들이다. 로마의 전통 치즈라고 불리는 페코리노 치즈는 통 후추가 그대로 들어가 있으며 꽤 단단한 식감과 짠맛이 포인트이다. 후추가 감미되어 매콤하고 강한 향으로 강판에 갈아 피자, 파스타, 샐러드 등에 이용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식전 애피타이저나 디저트로 차가운 치즈 그대로 먹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이번 소개하는 치즈 역시 이탈리아 전통 치즈이다. 우유의 영양이 10배로 농축되어 있어 '하얀 고기'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보이는 하얀 빛 색깔이 특징이다. 오랜 숙성기간을 거친 진한 풍미나 강한 짠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우유맛 그대로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온화한 풍미는 물론이고 쫀득하고 쫄깃하게 쭉 늘어지는 성질이 뛰어나 먹을 때 즐거운 식감을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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