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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아기, 프랑스에서 어린이집을 가다!

2017 - 2023 PARIS

by cindenella 2022. 8. 3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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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아기, 프랑스에서 어린이집을 가다!

여름 휴가 기간에 방문한 프랑스 남부에서, 19개월 아기, @Juyapics, 2022

 

우리 아이, 과연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을까?

지난 2020년 12월 아기가 태어나고 1년 간 일을 잠시 쉬고 육아에 전념했었다. 그리고 아기가 15개월이 될 무렵, 다시 직장을 구하여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고 아기는 집에서 근무할 수 있는 아빠에게 남겨졌다. 아빠도 파리에 출근을 해야 할 경우는 가까운 친구네 맡겨지거나 친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다행히 아기가 엄마 아빠를 벗어나 다른 이들에게 맡겨지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나 또한 매일을 출퇴근하며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기가 점점 커 가면서 아기의 성장과 발달에 있어 또래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져만 갔다. 그 방법은 아기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프랑스에서 어린이집 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처럼 쉽게 구할 수 있지 않다. 보통 엄마들이 임신이 확인된 직후 바로 시청을 통해 동네 공립 어린이집에 신청을 한다. 그 이유는 출산 후 보통 3,4개월 이내 직장에 복귀하는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내가 임신을 했을 당시 우선 아기가 태어나고 바로 회사에 복귀할지 출산휴가를 조금 길게 가질지 고민이 됐기에 당장의 어린이집 신청을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아기가 태어나고 난 후, 어린이집을 신청하려고 했더니 이미 자리가 없었다. 우리가 머무는 관할구역 시청에 2번의 편지와 보다 절실한 사연이 담긴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만들어 보내보았지만 답은 여전히 같았다. 지금 당장은 자리가 없기에 기다려달라..

 

결국 우리는 가깝게 지내던 이웃의 도움으로 어린이집 자리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보통 시청을 통해 자리를 얻는 공립유치원의 경우 집 인근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곳을 배정해 준다. 하지만 이웃의 도움으로 구한 곳은 사립유치원으로 집에서 조금 떨어져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사립이지만 수업료는 공립과 크게 다르지 않게 적용됐고 무엇보다 약 10명의 소수 정원으로 운영되는 점이 가장 크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아기가 9월부터 다니게 된 어린이집에는 공원이 잘 조성돼 있다. @Juyapics, 2022
어린이집 실내 모습 @Juyapics, 2022

 

2022년 8월 29일 월요일 첫 등원!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어린이집에 첫 등원하는 날이 찾아왔다. 일주일에 매일 어린이집을 방문하면 좋겠지만 우선 일주일에 월요일과 금요일 2번 갈 수 있는 종일반을 배정받았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는 9월이 되기 전, 8월 마지막 주는 아기의 적응기간으로 하루에 1-2시간 정도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먼저 8월 29일 월요일 오전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찾았다. 전원 여성으로 이뤄진 교사들이 아침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나누고 있었고 아기를 담당하는 교사와 1:1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기와 우리 부모 2명이 모두 참석하여 약 1시간 30분에 이어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는데 교사가 아이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질문을 주로 하는 형태였다. 

 

  • 아기가 아직 모유 수유 중인가? 보통 식사는 어떤 형태로 하는가? 알레르기가 따로 있는가?
  • 형제자매가 있는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을 때 아이의 반응은? 낯가림이 많은 편인가? 
  • 낮잠은 보통 몇 시에 자는가? 낮잠을 잘 때 방 안 빛은 최대한 가리는 편인가? 잠에 들 때 안고 자는 특별한 인형이 있는가? 침대에서 자는가, 바닥에서 자는가? 등을 대고 자는가, 옆으로 누워 자는가? 낮잠에서 깼을 때 아기의 반응은? 
  • 아기가 처음 걷기 시작한 때는? 뛰는 것은 언제부터? 아기의 걸음형태에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가?
  • 기저귀는 아직 사용 중인가? 변기 사용도 시도해 봤는가? 아기 기저귀를 갈아줄 때 물티슈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가?
  • 집에서 언어는 어떤 것을 주로 사용하는가? 두 가지 언어 모두 이해가 가능한가? 아기가 몇 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는가?
  • 아기의 감정표현은 보통 어떻게 드러나는가? 화났을 때나 혼났을 때 본인 감정을 표현하는가?
  • 아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놀이는 무엇인가? 아기가 외부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가?

 

담당교사와의 상담은 세세한 질문들로 이뤄진 시간이었다. 그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나 역시 아기의 엄마로서 내가 내 아이에 대해 얼마나 자세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관찰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담당교사는 아이의 감정표현 방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직 만 2세가 되지 않은 아기가 제대로 말을 하기 전까지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읽어내는 것 또한 교사로서 필요한 부분이다.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나눌 장소, 학생들 중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특별 의자도 준비돼 있다. @Juyapics, 2022
기저귀도 갈고 혼자서 손도 씻게 되는 법도 배울 것이다. @Juyapics, 2022
점심 식사 후 친구들과 낮잠을 자게 될 공간 @Juyapics, 2022

 

아이의 첫 번째 사회 생활!

앞으로 총 4번의 적응 방문을 마치면 아기가 종일반으로 엄마 아빠 곁을 떠나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오전 8시 30분 등교하여 오후 17시 30분까지 지내는 일정으로 하루의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보통 오전에는 야외 놀이터에서 뛰어놀며 친구들과 함께 노래도 하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오전 11시면 점심을 먹고 오후 12시 30분쯤 낮잠에 든다고 한다. 낮잠에서 깬 후 다시 정원에 나가 벤치에 앉아 오후 간식을 나누고 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이미 엄마 아빠 곁을 떠나 친구네 집에서도 지내보고 할머니와도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 적이 있지만 아기가 새로운 이들과 낯선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이라는 시설에서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나름의 정해진 규칙과 질서를 따르고 그 속에서 남과 어우러지는 법을 동시에 배워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자기를 돌보는 역할이었던 어른들과의 관계에 적응했다면, 이제는 어른이 아닌 또래의 친구들과 소통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기가 완벽하게 친구들과 어우러지고 양보하고 나누며 노는 모습을 상상하지는 않는다.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속상해서 울 때도 있을 것이고 내가 아닌 친구가 더 주목받는 데 질투를 느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아기의 첫 번째 사회생활을 익히는데 충분히 중요한 요소들이라 생각해 본다. 이제 내일이면 9월이 시작된다. 엄마도 긴 휴가 끝 다시 출근을 시작하고 우리 아기도 힘차게 어린이집 적응을 만끽해 나갈 수 있기를,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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