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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rigado Porto! 포르투에서의 잊지 못할 여행

2017 - 2023 PARIS

by cindenella 2023. 1. 1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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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겨울 여행

Porto, Portugal

7 - 10 December 2022

 

어쩌면 나와 포르투갈의 인연은 내가 아프리카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내가 오랜 시간 거주한 레소토에서 포르투갈에서 이민  2세대 자녀들과 친구로 지냈으며 그들이 운영하는 포르투갈 식당에서 피리피리(piripiri) 소스가 곁들여진 치킨요리를 자주 먹었었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식민국가였던 모잠비크를 여행하면서 포르투갈에서  여행자들과 인연을 이어나가기도 했고 이러한 다양한 만남과 개인경험으로 포르투갈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프랑스에 살면서 포르투갈을 방문하는 날이 찾아왔다.

 

Porto Sao Bento Station, @Juyapics, dec 2022
Porto, @Juyapics, dec 2022

 

첫 번째 날, 포르투 도착!

12월 7일 수요일,  3일간의 회사 휴가를 내고 3박 4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파리 공항에서 아침 7시 출발 비행 편으로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조금 이른 준비를 시작해야만 했다. 여행 가는 것을 알고 일어난 걸까. 아기는 엄마, 아빠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5시 30분에 혼자 눈을 뜨고 밥도 한 그릇 뚝딱 먹고 여행 준비에 순조롭게 참여해 줬다. 집에서 공항까지는 열차와 버스를 환승해서 가야 하는 긴 여정이었음에도 아기는 추운 겨울 아침, 울지도 않고 공항 도착까지 잘 이겨내줬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아기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힘든 내색 없이 복잡한 출국 절차를 차근히 함께 따라줬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 프랑스 직원들은 아기를 보고 예쁘다고 말을 걸기도 했는데 아기는 새침한 표정으로 옅은 웃음만 보이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비행기 보딩을 위해 줄을 서 있을 때, 같은 비행기에 탑승할 한국인 가족을 만나게 됐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딸과 그녀의 부모님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중이었으며, 한국인 특유의 낯선 아기를 향한 반가움과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왔다.

 

아기는 놀랍게도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이모', '할머니'라고 부르며 손을 잡기도 하고 무릎에 앉아 노는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 아기가 프랑스에 살면서 프랑스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역시 아기에게 '엄마'라는 우주 같은 존재가 어떤 큰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됐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엄마와 비슷한 외모에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아기는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맑은 하늘의 포르투, @Juyapics, dec 2022

 

2시간의 비행 여정 끝에 포르투에 도착했다. 12월의 비가 많이 내리고 우중충한 파리에서의 겨울 날씨는 잠시 잊을 수 있을 만큼 포르투의 기분 좋은 맑은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지상철을 타고 30분을 달려 포르투 중심에 위치한 우리 숙소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 주인과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고 포르투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들었다. 동네 맛집들 소개와 포르투 지역 사람들의 따뜻하고 정이 많은 모습을 소개해줬는데 과연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가 커졌다.

 

짐을 풀고 나니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 시가 넘었고 배가 많이 고파졌다. 포르투에 도착하기 전, 인터넷을 뒤져 몇몇 맛집을 검색해 두었는데 그중에 내가 제일가고 싶었던 곳을 먼저 시도해 보기로 했다. 관광객들이 가는 유명하고 화려한 레스토랑과는 달리 마치 한국의 기사식당처럼 동네 지역주민들이 찾는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 가득한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포르투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의 삶을 조금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었다.

 

포르투의 두오로(Douro)강을 내려다보며, @Juyapics, dec 2022

 

Confeitaria Favi

 

포르투에서의 최고의 기억을 안겨준 곳, 동네 숨은 맛집을 발견하다.

 

식당에 들어서자 북적북적 많은 사람들로 추운 겨울의 한기가 잠시 잊혔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을 살펴보니 공사장에서 잠시 점심 휴식을 하러 온 인부들,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친구들끼리 오손도손 모인 그룹, 커플의 모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많은 손님 중 혼자 앉아 있던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우리를 향해 눈인사를 하며 방긋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본인이 시킨 음식을 가리키며 손짓으로 최고라는 표현을 해줬다. 

 

곧 식당 서빙하는 직원이 우리에게 왔고 난 당당하게 영어로 메뉴판을 요청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메뉴판에 어떤 것이냐고 질문했고 직원은 아무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당황해서 나도 몸짓을 사용하며 옆자리 손님들이 먹는 음식을 가리켰고 직원은 급히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조그만 앞접시 3개에 각기 다른 음식 샘플을 가지고 나왔다. ‘오늘의 메뉴가 바로 고기와 야채와 ‘콩요리’인데 이걸 택하겠냐는 설명 같았다.

 

긴가민가 처음 보는 요리에 우선 2인분을 시켰다. 그리고 내가 아프리카에 있을 때부터 아주 즐겨 마셨던 포르투갈의 유명한 맥주, 슈퍼복도 2병을 시켰다. 곧 음식이 도착했고 오랜 여정 끝 배고픈 첫 끼가 시작됐다. 

 

와… 쌀밥과 시금치를 잘게 다진 야채요리와 미디엄으로 익힌 소고기를 먹는 데 그 맛이 이색적이면서도 우리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먹어보는 각종 고기를 넣고 졸인 검정콩 요리는 보기에는 이상했지만 그 맛은 아주 훌륭했다. 2살도 채 되지 않은 우리 아기도 처음 먹어보는 요리들이었지만 입맛을 다시며 아주 잘 먹었고 결국 우리는 1인분을 더 추가해서 각 인당 1인분 식사를 마쳤다.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종업원은 다른 손님들 서빙을 하는 동안 우리를 슬쩍슬쩍 쳐다보며 잘 먹고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곤 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계산대에 가서 주인아저씨와 잠깐 대화를 나누었는데 놀랍게도 이곳은 브라질 음식이 전문인 식당이었다. 

 

백인의 포르투갈 사람으로 보였던 주인아저씨는 브라질로 이민 간 부모님을 따라 브라질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포르투갈로 돌아와 이렇게 이색적인 브라질 식당을 차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신선하고 맛있는 요리뿐 아니라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물론 포르투갈의 훌륭한 요리와 저렴한 식사 비용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정말 지역인들을 위한 장소로 하나의 거품 포장 없이 장사하는 곳 같았다. 

 

우리는 이곳을 단골가게로 정하고 매일 점심을 먹으러 오고 싶었지만 아쉽게 공휴일과 주말은 쉬는 관계로 여행 기간 2번을 방문하게 되었다. 첫날의 먹었던 소고기와 콩요리에 이어 두 번째 방문에 먹은 토마토밥과 생선튀김 요리도 참 맛있었다.

 

 

 

포르투갈의 역사를 다시 알게 되다.

 

파란 하늘에 기분 좋은 햇살 가득 여름 휴가지의 포르투를 기대해 보았지만 해가 쨍쨍한 날이 있는 만큼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도 있는 법이다. 12월 겨울의 비가 내리는 포르투, 마치 여름날 폭우처럼 비가 쏟아졌다. 만약 집에 있었다면 꼼짝도 않고 실내에 남아 있었을 텐데, 우리의 여행날을 에어비엔비 아파트에서만 보낼 수 없었기에, 우산을 급하게 구매해서 바깥 구경을 다니기로 했다.

 

포르투의 제각각 다른 모양의 집들, @Juyapics, dec 2022

 

이런 비가 내리는 날을 미리 예상하고 하루는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박물관을 미리 예약해 두었고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World of Discoveries라는 이름의 박물관으로 생각보다 규모가 많이 작고 전시 물품도 많이 없어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것은 아닌가 의심도 해 봤지만, 전시 마지막에 준비된 배를 타고 전시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 같았다.

 

World of Discovery 박물관에서 아빠와 딸, @Juyapics, dec 2022

 

무엇보다 이번 방문에서 포르투갈의 항해자, 바스코 다가마의 800여 년 전의 세계를 향한 여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포르투갈을 떠나 먼저 북아프리카에 도착했으나 무슬림 아프리카인들의 공격에 맞서지 못했고 그다음 여정지로 향한 곳이 남아프리카와 인도양이 연결된 모잠비크였다. 모잠비크의 여러 해안 도시들에 정착한 후 그의 여정은 인도로 이어졌다. 인도의 서부 해안가에 위치한 고아라는 도시에서 다양한 향신료와 금장신구를 교환하고 인도인들에게 Typography를 전파했다. 

 

그의 탐험은 계속됐고 아시아의 동티모르와 중국일본으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중국에서 획득한 도자기를 일본에 건너가 선물로 교환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 속에서 포르투갈인들의 지혜로운 역량과 열린 마음이 전파됐다. 또한 일본인들과 유독 관계가 좋았는데 당시의 관계가 낳은 결과를 그들의 언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바로 포르투갈어의 고맙다는 표현인 오브리가도와 일본어의 아리가또의 유사함에서 그 둘의 깊은 역사가 전해진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축구와 휴양지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맞지만 이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감히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의 지혜로운 탐험정신과 새로움에 대한 도전적인 마음, 다른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과 정을 배울 수 있었다.

 

포르투의 두오로(Douro)강을 마주하며, @Juyapics, dec 2022

 

포르투갈의 맛있는 음식보다 더 귀한 기억들은 바로 사람들.

 

여행 셋째 날, 어제와 같이 오늘도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머무는 에어비앤비에서 도보로 7분 정도에 위치한 유명한 재래시장을 방문하려고 계획해 두었는데 조금 망설여졌다. 날씨가 좋았다면 금방 다녀올 거리를 택시를 타기도 애매했고 비를 뚫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 

 

볼량 시장(Mercado do Bolhão)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포르투를 여행한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다. '포르투 추천 여행지', '포르투에서 꼭 가 볼 곳'등을 검색하면 반드시 나오는 곳으로 외국인들에게는 포르투 지역만의 특색 있고 이국적인 상품을 발견할 수 있다. 

 

다행히 재래시장이지만 신식 건물로 지어진 지붕이 있는 공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가게를 시작으로 싱싱한 제철과일과 야채들이 줄지어 진열된 가게들을 지나다 보면 관광객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지역상품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싱싱한 과일을 그대로 짜 낸 과일주스로 이른 아침의 시원함을 느껴보았고 프랑스에 들고 갈 만한 지역상품은 무엇이 있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한가득이었다.

 

포르투의 흔한 식품가게 진열모습, @Juyapics, dec 2022

 

그런데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나선 탓일까, 유모차에 타 있던 아기가 징징대며 울기 시작했다. 유모차에 내려 안아보아도 소용없고 아기는 큰 소리를 내며 짜증이 섞인 울음을 보였다. 하필이면 아빠도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자리를 뜬 상황이었고 나 혼자 아기를 안고 달래 보려 애쓰고 있었다. 얼마 후, 나를 지켜보고 있던 반대편 꽃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백발의 할머니가 다가왔다. 포르투갈어로 말을 건네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대충 영어로 Thank you와 프랑스어로 Merci를 섞어 가면서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대꾸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말을 건넸는데, 손짓과 표정으로 그녀의 말이 마음으로 이해 가기 시작했다. 

 

'혹시 아기가 배가 아픈 건 아닐까요?' , '오늘 아침에 똥은 눴나요?', '아기가 열이 있는지 만져봐요.' , '아마 배가 고플 수도 있겠어요.'

 

그리고 그녀는 본인의 앞치마에서 동전을 꺼내더니 아기 과자를 사주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고민 없이 내게 보인 선의의 행동에 순간 마음이 뭉클해지며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역시 언어가 문제였다. 우선은 영어로 손짓으로 설명하며 남편이 곧 현금을 가져올 것이니 우리 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의 대답을 듣고 본인 가게로 돌아가더니 금방 내게 다시 돌아와서는 두 손 가득 내게 뭔가를 건네주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포르투 시내를 걸어다니는 아빠와 딸 모습, @Juyapics, dec 2022

 

고운 손수건에 싸 온 버터가 발린 빵이었다. 아마 본인의 식사나 간식으로 챙겨 온 것 같았는데 아기를 먹이라며 주었다. 할머니의 계속된 선의의 행동에 나는 감사히 빵을 받아들였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아기에게 빵을 주었더니 역시나 할머니의 마음이 통했던 걸까,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조용해졌다.

 

볼량 시장에서 만난 꽃가게 할머니가 보여준 긍정의 행동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행해진 것이 절대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의 여행 내내 할머니와 같은 순수하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짧은 순간일지라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어쩌면 그들과의 만남의 스침과 인연이 우리의 포르투를 간절히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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